
정부 보증채무, 5년 만에 5배 급증…80조원 시대의 의미
최근 정부의 보증채무가 5년 만에 5배나 급증해 2029년에는 80조원을 넘길 전망이라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보증채무’가 무엇이고, 왜 이렇게 빠르게 늘고 있는지, 그리고 이게 우리나라 재정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보증채무란? 확정채무와 무엇이 다를까?
먼저 ‘국가채무’는 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빚을 말합니다. 반면 보증채무는 정부가 직접 돈을 빌린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이나 기업이 빚을 지는 데 국가가 ‘만약 못 갚으면 대신 갚겠다’고 보증을 서는 형태의 조건부 채무입니다.
즉, 당장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은 아니지만, 문제가 생기면 언젠가는 정부가 떠안을 수 있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는 이를 ‘넓은 의미의 국가채무(광의의 부채)’로 봅니다.
5년 만에 5배, 왜 이렇게 급증했나?
2024년 현재 우리나라 정부 보증채무는 약 16조7000억원으로 GDP의 0.6% 수준이지만, 2029년에는 80조5000억원(GDP의 2.6%)까지 늘어날 예정입니다. 5년 만에 거의 5배 증가하는 셈이죠.
이렇게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입니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을 키우기 위해 5년간 38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이 보증채무 형태로 잡혔습니다. 특히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 보증이 1조5000억원에서 43조5000억원으로 늘어나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다른 항목들도 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장학재단채권은 11조원에서 15조6000억원으로,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은 4조2000억원에서 21조4000억원으로 확대됩니다.
보증채무, 위험한가?
보증채무는 아직 정부가 직접 갚아야 할 ‘확정채무’는 아니지만, 만약 해당 기관이나 기업이 빚을 못 갚게 되면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합니다. 그래서 일종의 잠재적 위험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증채무가 한때 106조원, GDP의 15%까지 치솟은 적이 있습니다. 이후 부실채권 정리 등으로 2010년대 후반에는 10조원대 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이번에 다시 20년 만에 급격히 늘어난 셈입니다.
왜 보증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나?
정부가 첨단산업을 키우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직접 국채를 발행해서 빚을 내면 국가채무가 바로 늘어나 재정건전성 지표가 나빠집니다. 그래서 보증채무라는 우회 방식을 많이 쓰게 됩니다.
특히 첨단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증채무가 늘어나면, 미래에 예상치 못한 재정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집니다.
국제기구와 국회는 뭐라고 할까?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각국 재정 건전성을 평가할 때 보증채무 등 우발채무(조건이 충족되면 실제 채무로 전환되는 부채)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권고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보증채무는 직접적인 국가채무는 아니지만, 대지급이 발생하면 국가채무로 전환된다”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재정건전성, 앞으로가 더 걱정
최근 발표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2065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156.3%로 올해(49.1%)의 3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산연령인구는 줄고, 고령화는 심해지면서 의무지출이 늘어나는 데다, 보증채무까지 빠르게 증가하면 우리 재정의 구조적 취약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 보증채무는 직접 빚은 아니지만, 잠재적 위험 요인입니다.
-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관리 소홀 시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보증채무 등 우발채무 관리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정부의 보증채무 급증은 우리나라가 미래 먹거리 산업에 투자하는 ‘공격적 재정정책’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나랏빚’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보증채무가 실제 국가채무로 전환되지 않도록, 정부의 철저한 위험관리와 투명한 정보공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재정건전성은 단순히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이슈입니다. 앞으로 정부의 보증채무 관리와 첨단산업 투자가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