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라운드 관세전쟁 WTO 붕괴와 신무역질서의 탄생

미국이 WTO 체제의 종말을 선언하다 – ‘트럼프 라운드’란 무엇인가?

2025년 8월,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격변이 일어났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이 지난 30년간 세계 무역질서를 이끌어온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사실상 종료하고, ‘트럼프 라운드’라는 새로운 무역질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오늘은 이 소식을 처음 듣는 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국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앞으로 세계무역이 어떻게 달라질지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왜 미국은 WTO 체제에 반기를 들었을까?

미국은 그동안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일자리와 산업경쟁력을 잃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중국이 WTO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지적하는데요. 중국은 국영기업과 국가 주도의 경제계획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막대한 상품을 수출해왔고, 이에 따라 미국의 제조업 기반과 고용은 점점 약화되었다는 것이 미국 측의 입장입니다.

그리어 대표의 기고문에 따르면, WTO는 166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없으면 규정 개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의사결정이 느리고 비효율적이어서, 실질적인 개혁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은 WTO가 오히려 자국의 시장을 개방하게 만들고, 경쟁국들은 자국 시장을 보호하며 보조금, 환율 조작 등 각종 비공정 무역수단을 활용해 미국에 불리한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주장합니다.


‘트럼프 라운드’ – 미국 중심의 새 무역질서

‘트럼프 라운드’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무역질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WTO라는 다자기구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이 직접 관세를 무기로 각국과 개별적으로 협상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관세는 협상의 ‘채찍’이고,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권한은 ‘당근’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에서 관세를 앞세워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합니다. 그 결과,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1조 5,000억 달러 이상 늘었고,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재건한 마셜플랜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강조합니다.


미국의 관세전쟁, 그리고 동맹국의 대응

미국은 지난 4월 2일, ‘미국 해방의 날’이라 명명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각국은 처음에는 반발했지만, 결국 미국이 고율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과의 관세 합의에 동의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턴베리 골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EU 집행위원장이 상호 15% 관세에 합의한 것은, 다자간 무역기구의 모호한 이상보다 각국의 구체적 국익을 중시하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의 상징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은 동맹국인 한국, 일본, EU에도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미국은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고, 그 대가로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관세 면제 등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산업 – 미국 투자 유치의 핵심

최근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하고, 실제 건설 과정을 상무부가 감독하면 공장 건설 기간 동안에는 관세 없이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도 미국 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이 정책을 통해 미국 내로 유입될 반도체 투자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이 바라는 미래 – 제조업의 부활과 첨단산업 주도권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무역수지 개선이 아니라, 제조업의 부활첨단산업(인공지능, 반도체 등)에서의 압도적 경쟁력 확보입니다. 과거의 다자무역체제에서는 관세를 정당한 정책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해 제조업이 쇠퇴했다고 보고, 이제는 미국이 정한 규칙대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제조업의 해외 이전(특히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인해 발생한 일자리 상실과 핵심 공급망의 해외 의존도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무역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국이 WTO 체제에서 벗어나 ‘트럼프 라운드’라는 독자적 질서를 구축하면서, 세계무역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 다자무역에서 양자협상 시대로 전환: 앞으로는 WTO 같은 다자기구가 아니라, 미국과 각국이 직접 협상하는 구조가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관세의 부활: 미국은 관세를 무역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며, 이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외국 투자를 유치합니다.
  • 동맹국의 딜레마: 한국, 일본, EU 등 전통적 동맹국들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할 수 있습니다.
  • 공급망 재편: 미국은 첨단산업(반도체, AI 등)의 핵심 공급망을 자국 내에 두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유도합니다.

마치며 – 우리는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미국의 ‘트럼프 라운드’ 선언은 단순한 무역정책 변화가 아니라, 세계 경제질서의 대전환 신호탄입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과 정부도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전략을 어떻게 조정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특히 반도체, AI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주요 동맹국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새로운 무역질서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도 계속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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