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송금, 왜 불법 송금이 늘어날까?
최근 경기도 안산에서 만난 중국인 근로자 A씨는 “주변에 불법체류자 친구들은 통장 만들기가 어려워서 브로커를 통해 중국으로 송금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외에 돈을 보내기 어려워 브로커나 비공식 루트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 해외 송금이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그리고 왜 합법적인 해외 송금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어려운지 쉽게 풀어 설명드릴게요.
외국인 근로자와 해외 송금의 현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매년 늘고 있습니다. 2020년 161만 명에서 2024년에는 204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중국인은 95만 명에 달합니다. 국내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그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 액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에는 347억 달러, 2023년에는 354억 달러, 2024년 상반기만 해도 175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외국인 개인 명의로 해외로 송금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인들의 해외 송금은 미국인에 이어 2위로, 2019년 57억 달러에서 2023년 74억 달러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처럼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족과 고향에 돈을 보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불법 송금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불법 송금, 어떻게 이뤄지나?
합법적인 해외 송금은 은행이나 공식 송금업체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통장 개설이 힘들거나 복잡한 절차 때문에,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브로커(중개인)를 이용합니다. 이들은 단체 채팅방 등에서 “중국으로 송금해주겠다”는 광고를 올리고, 돈을 받아 현지 계좌로 전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수수료는 없지만, 브로커는 환율 차이로 이익을 챙깁니다.
대표적으로 위챗페이(WeChat Pay), 알리페이(Alipay) 같은 중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활용한 송금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브로커에게 원화를 송금하면, 브로커가 중국 내 계좌로 위안화를 입금해주는 식입니다. 이는 한국 내 공식 송금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QR 결제 또는 입금을 통해 이뤄지는 방식으로, 여러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집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USDT 등)를 이용한 송금도 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해 해외 거래소로 전송, 그 후 현지 통화로 환전하는 방법인데, 이 과정에서 자금세탁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법 송금의 규모가 커지면서 2023년에는 위챗 송금 대행업자들이 대규모로 경찰에 적발된 바 있습니다.
불법 송금이 늘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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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개설의 어려움
불법체류자, 단기 체류자 등은 은행에서 쉽게 통장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공식 채널을 이용하지 못하고 브로커를 찾게 됩니다. -
송금업 등록의 높은 장벽
소액해외송금업을 합법적으로 하려면 자기자본 10억 원 이상, 부채비율 200% 이내, 외환업무 전산 설비와 전문 인력, 외환업무 2년 이상 경력자 또는 관련 교육 이수자 2명 이상 등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소액해외송금업체는 31곳뿐이고, 신규 등록도 거의 없습니다. -
비용과 규제
신생 업체들은 외국환거래법뿐 아니라 전자금융업 등 다양한 법률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이행보증보험, 각종 투자 비용 등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기 어렵고, 기존 업체들도 확장을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
비공식 송금이 더 쉽고 저렴
불법 송금은 수수료가 없거나 아주 저렴하고, 환율도 유리한 경우가 많아 근로자 입장에선 합법적인 방법보다 매력적입니다.
불법 송금, 어떤 문제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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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세탁과 범죄 연계
가상화폐 등으로 송금할 경우 자금의 흐름이 추적되지 않아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있습니다. -
법적 처벌 위험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불법 환전·송금으로 적발된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
피해 발생
비공식 브로커를 이용하다가 돈을 떼이거나 사기를 당하는 피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정부와 업계의 고민
불법 송금이 늘어나자 정부는 특히 중국 등 송금액이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불법이 확인되면 법적 조치를 취해 대형화, 조직화를 막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합법적인 송금업 활성화를 위해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와 인프라 구축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등록 요건 자체가 부당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높아 신생 업체의 진입이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변화와 앞으로의 방향
2025년 7월, 하나은행이 국내 최초로 알리페이·위챗페이와 연동해 위안화 실시간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수취인의 영문 이름과 연락처만 있으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고, 수수료도 건당 미화 3달러(USD)로 저렴한 편입니다. 이런 서비스가 확산되면 합법적인 송금 채널이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높은 진입장벽과 복잡한 절차가 부담입니다. 정부와 금융권이 불법 송금 문제를 잡으면서도, 더 많은 외국인들이 안전하고 저렴하게 돈을 송금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리하며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송금은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불법 송금의 위험성과 그 배경, 그리고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본국에 돈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