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일자리 양적 성장의 그늘 임금체계 개편이 해법이다

고령층 1,000만명 경제활동 시대, 일자리의 현실과 정년 연장 논의
대한민국에서 고령층의 경제활동 인구가 1,000만 명을 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제는 55세 이상 인구 1,600만 명 중 1,000만 명 이상이 일하거나 일할 의지가 있다는 뜻인데요, 단순히 숫자만 보면 “고령사회에도 활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일자리의 ‘질’이라는 부분에서 여러 고민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고령층 일자리의 양적 성장, 질적 고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은 60.9%에 달하고, 취업자는 978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고령층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도 17년 6.6개월로 나타나,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 일한 분들이 많다는 점도 확인됩니다.

하지만 이 평균 근속기간은 2008년(20년 7.8개월)에 비하면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즉,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근무하는 고령자가 점점 줄고, 정년 이후에는 비정규직이나 단순노무직 등 상대적으로 질 낮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65~79세 취업자 379만 명 중 33.3%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반면 55~64세에서는 이 비율이 절반 이하인 15.9%에 그쳤습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노동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의 질이 뚜렷하게 낮아지는 것입니다.

정년 연장 논의, 왜 다시 뜨거운가?
이런 현실을 배경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정년 연장 논의를 다시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년을 65세로 법제화하는 입법안을 추진 중이고, 정부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의무제(정년 이후에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계속 고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빠르게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가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 3,763만 명에서 2050년 2,448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고령 인구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년 연장, 청년 일자리와의 갈등
그런데 정년만 늘리는 정책이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여전히 연공서열 중심입니다. 즉, 근속이 길수록 자동적으로 임금이 오르는 구조가 고착되어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년만 늘리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첫 번째로 청년 일자리와의 충돌이 우려됩니다. 한 명의 고령 근로자가 추가로 노동시장에 남을 때, 청년 근로자 1.5명이 밀려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청년 신규 채용이 26만 명 줄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즉, 고령자가 자리를 오래 지킬수록 청년층의 진입 기회가 줄어드는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업의 부담입니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에서는, 고령 근로자의 잔류가 인건비 부담으로 직결됩니다. OECD도 우리나라의 연공형 임금체계가 실제 생산성과 무관하게 임금이 급등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기업이 고령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거나 유지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체계 개편, 정년 연장과 함께 가야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 논의와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금처럼 연공형 임금체계와 고용 경직성이 그대로 유지된 채로 정년만 연장한다면, 청년 고용 위축,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 부작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임금체계가 유연해지면, 즉 근속년수보다 실제 업무 능력과 생산성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로 바뀐다면, 기업들도 숙련된 고령 인력을 더 오래 고용할 유인이 생깁니다. 고령 근로자도 본인의 역량과 역할에 맞는 보상을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청년들도 새로운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됩니다.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층의 경제활동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자리에서, 어떤 조건으로 일할 수 있느냐’입니다.

단순히 정년만 늘려서는 일자리의 질도, 세대 간 공존도, 기업의 경쟁력도 지킬 수 없습니다.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그리고 고령층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이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년 연장, 임금체계 변화, 그리고 고령층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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