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부품, 해상풍력 시장을 잠식하다 – 태양광의 전철을 밟을까?
최근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 중국산 기자재(기계와 부품)가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미 태양광 패널 시장이 중국산 제품에 잠식된 상황에서, 해상풍력까지 비슷한 길을 걷게 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해상풍력 산업에 처음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국내 업계와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해상풍력 터빈, 절반이 수입산…중국산 비중 ‘급등’
해상풍력 발전소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터빈(풍력 발전기)은 현재 국내 설치량의 절반이 수입산입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외국산 터빈 설비용량은 310.98메가와트(MW)로, 국내에서 만든 터빈(315.63MW)과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수입 터빈은 주로 중국과 유럽에서 들어옵니다.
문제는 주요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풍력 발전기용 휠(회전판)은 최근 3년간 모두 중국에서 수입했고, 발전기와 터빈 사이의 동력을 전달하는 ‘클러치’ 역시 60% 이상이 중국산입니다. 전동기 부품 또한 수입 물량의 85% 가까이가 중국산일 정도입니다.
왜 중국산이 이렇게 많아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가격’과 ‘규모의 경제’입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 해상풍력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대량 생산 체계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입니다. 또, 중국산 부품은 품질도 과거에 비해 크게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로 해상풍력 산업의 핵심 부품(터빈, 하부구조물, 케이블 등)에서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과 가격 경쟁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해외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실적(트랙 레코드)과 신뢰도가 높은 외국산 터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만든 터빈은 아직 대규모 상업 운전 실적이 부족해, 대형 프로젝트에서 외국산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태양광 패널과 비슷한 길을 걷는 해상풍력
이미 태양광 패널 시장은 중국산 제품이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국내 생산업체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려 문을 닫거나 시장에서 퇴출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해상풍력 시장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일부 해상풍력 단지는 터빈뿐 아니라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국 기업이 시공과 기자재 공급까지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해상풍력 발전 사업자들이 저렴한 부품과 높은 신뢰성을 이유로 중국산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은 어디에?
그렇다고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완전히 밀린 것은 아닙니다. 타워(풍력발전기 기둥)나 하부 구조물 등 일부 영역에서는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핵심인 터빈입니다. 국내 두산, 유니슨 등 터빈 기업들이 있지만, 아직 대규모 상업 운전 실적이 부족하고, 글로벌 수준의 가격 경쟁력도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풍력발전 관련 기술 개발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검증된 경험(트랙 레코드)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해상풍력 단지에서 가동 중인 국산 터빈은 50기 이하에 불과합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수백~수천 기의 해상풍력 터빈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의 대응 – 기술이전과 국산화, 인센티브 강화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선제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태양광처럼 중국산에 완전히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대응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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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과 국내 생산 확대
단순히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 등 해외 기업과 협력해 국내에서 생산(OEM 방식)을 늘리거나, 기술이전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국산 터빈 실적 확보와 인센티브 정책
정부는 국책과제(R&D)로 10MW급 국산 터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는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이 터빈을 실증 적용해 ‘트랙 레코드’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국산 터빈 사용 시 정책적 지원(인센티브)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시공과 운영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금융, 인허가, R&D 등 다양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과제 – 해상풍력 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관건
해상풍력 시장은 향후 100조 원대의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 산업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단기적으로는 중국산 부품의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기술력과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 연구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결국, 해상풍력 산업이 태양광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국내 기술력 강화와 실적 확보, 그리고 정부의 선제적 지원이 함께 이뤄진다면, 우리 해상풍력 산업도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