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청구권신탁 시장 기대와 현실 수수료 부담에 관심 저조

보험금청구권 신탁, 왜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했을까?

최근 보험업계의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입니다.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통해 새롭게 도입한 이 상품은, 사망보험금의 상속과 지급 방식을 더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무려 900조 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죠. 하지만 실제로는 예상만큼 가입자가 몰리지 않아, 보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무엇인지, 왜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릴게요.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란?

기존에는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사망하면, 보험금이 한 번에 유족이나 지정된 수익자에게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 간 분쟁이 생기거나, 수익자가 보험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늘 있었죠.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피보험자가 살아 있을 때 미리 신탁계약을 체결하면, 사망 이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직접 운용·관리해 정해진 수익자에게 지급해줍니다. 지급 시기, 방식, 금액 등을 가입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보험금을 한 번에 주는 대신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지급하거나, 특정 시점에만 받을 수 있게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 기대와 현실의 괴리

보험업계에서는 이 신탁 상품의 도입으로 약 900조 원(일부 자료에서는 883조 원)의 신탁 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가 신탁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가입 건수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말 기준, 4개 보험사의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 건수는 총 1,220건, 계약 금액은 약 2,842억 원에 불과합니다. 삼성생명이 692건(2,330억 원), 교보생명이 526건(502억 원)으로 집계됐고, 흥국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각각 1건씩에 그쳤습니다. 특히 삼성생명은 1억 원 이상 고액 신탁 비율이 높았던 반면, 교보생명은 1억 원 미만 계약이 많았습니다.

왜 가입자가 적을까?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1. 수수료 부담
신탁 상품을 이용하면 가입자는 보험사에 매년 관리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모두 연 0.3%의 관리수수료를 받고, 사망보험금이 실제로 지급될 때는 1%의 집행수수료를 추가로 부과합니다. 교보생명과 흥국생명은 보험금 규모에 따라 집행수수료 비율이 다릅니다. 이처럼 매년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신탁을 맡겨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가입자가 많습니다.

2. 현장 영업의 저조
보험 상품은 대체로 설계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판매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신탁상품은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가 일반 보험상품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권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히 소비자 접점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3. 고액 가입자의 가입 동기 부족
실제로 신탁 계약 분포를 보면, 3천만 원~3억 원 미만 구간이 986건으로 가장 많았고, 3억~5억 원 이상은 234건에 그쳤습니다. 일반적으로 종신보험 평균 가입금액이 3천~5천만 원대이기 때문에, 이 금액대 가입자들이 신탁의 주요 고객층이긴 하지만, 수수료나 관리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실제로 신탁을 선택할 동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4. 분쟁 우려가 크지 않다
보험금 신탁의 도입 취지는 가족 간 분쟁 예방이지만, 실제로 보험금 지급을 두고 분쟁을 걱정하는 가입자가 많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시장의 반응은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상속재산 관리의 필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관계가 복잡하거나, 수익자에게 일정한 생활자금이 필요하다면 신탁상품의 필요성이 더 부각될 수 있습니다. 향후에는 사망보험금을 살아생전에 유동화해 활용하는 방안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처럼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기존 보험의 한계를 보완하고, 상속 및 자산관리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상품입니다. 다만, 수수료 부담, 현장 영업의 한계, 가입 동기 부족 등 현실적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설계사 모두의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가족 간 분쟁 예방, 자산관리의 효율성, 맞춤형 상속 설계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수수료 부담과 실질적인 필요성 부족 등으로 인해 대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의 변화와 제도 개선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상품을 활용하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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