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만 겨누는 공정위 제재 빅테크는 왜 소극적인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누구를 겨누고 있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제재 방식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는 한발 물러서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이슈를 쉽게 풀어보고, 실제 사례들을 통해 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영세사업자, 구조적 한계 속 ‘집중 제재’ 논란

먼저 최근 이슈가 된 물탱크 제조·판매업체 담합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공정위는 국내 건설사들이 발주한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38곳의 영세 물탱크 업체에 총 20억 7,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실제 담합이 가능하게 만든 입찰 구조의 문제는 외면한 채, 힘없는 영세업체만 제재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건설사들은 특정 협력업체만 입찰에 참여시키는 관행이 있었고, 이로 인해 입찰 참가를 요구받은 영세업체들은 향후 입찰 자격 제한을 우려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낙찰자를 예측하기 쉽고, 담합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연간 수익이 수백만 원에 불과한 영세업체들이 수천만 원씩의 과징금을 맞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실제 사례로 본 영세업체의 현실

이런 현상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난해 말 있었던 공작기계 입찰 담합 사건을 예로 들면, 일본계 본사인 한국야마자키마작과 국내 대리점 두광기계가 각각 1억 1,600만원, 5,800만원의 과징금을 받았습니다. 본사가 수수료를 약속하며 담합을 요구했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1,000만원 남짓인 대리점이 본사의 요구를 거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실질적으로 이익도 없었던 들러리 역할만 했던 영세 대리점이 무거운 제재를 받게 된 겁니다.

또, 지난해 9월 아파트 지하주차장 LED 조명 입찰 담합 건에서도 비슷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사전에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소에 영업을 성공시켜야만 자격이 주어졌고, 입찰공고문도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기존 업체가 다른 업체를 유인해 담합 구조가 쉽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빅테크와 대기업엔 ‘조심’, 영세사업자엔 ‘강경’

문제는 공정위가 이런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면서, 정작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나 대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구글의 유튜브 끼워팔기 혐의에 대해서는 동의의결(자진 시정안 수용) 절차에 들어가며 강한 제재 대신 협의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 코파일럿 끼워팔기 문제도 국정감사에서 지적됐지만, 공정위는 아직 본격적인 조사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처럼 법적 분쟁이나 국제 통상 마찰 우려가 큰 ‘큰 손’ 기업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힘이 약한 영세사업자에게만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보여주기식’ 제재에 대한 현장의 불만

영세사업자들은 “공정위가 시장 구조와 제도적 한계는 무시하고, 법적 대응 여력이 약한 우리만 타깃으로 보여주기식 제재를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담합 등 위법 행위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담합에 연루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제도적 한계를 무시한 일방적 제재는 부당하다는 지적입니다.


제재의 실효성, 그리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

공정거래법 준수는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도나 시장 구조상 약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재’만 앞세운다면, 실질적인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목표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 입찰 구조 등 제도적 한계를 먼저 진단하고,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 영세사업자에 대해서는 제재보다 교육, 구조 개선, 협의 등 지원적 접근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 빅테크·대기업에 대해서도 동일한 원칙과 잣대가 적용되어야 진정한 공정거래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정의 이름으로 더 나은 변화가 필요하다

공정위의 역할은 시장 질서 유지와 불공정 행위 근절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힘없는 영세사업자만 과도하게 희생되는 구조라면, 이는 진정한 ‘공정’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제도의 허점과 구조적 한계를 바로잡고, 실질적인 공정 환경을 만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공정위의 다음 행보에 모두가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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