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대 국회, 규제 법안이 쏟아진다 – ‘입법 폭주’의 실상
2024년 4월, 22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로 국회에서는 유례없는 법안 발의 러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회 개원 후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무려 9267건의 법안이 쏟아졌습니다. 이 중 30.5%에 달하는 2830건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법안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매주 60건씩 새로운 규제 법안이 등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많은 규제 법안이 쏟아지다 보니, 실효성이나 타당성에 의문이 드는 ‘황당 법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국회에서 실제로 논란이 된 대표적인 규제 법안 사례와, 이런 과도한 규제 입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까지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대표적인 ‘과잉 규제’ 법안 사례
1. 주차장법 –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발의한 ‘주차장법’은 국가 지원을 받아 80대 이상 규모의 주차장을 설치할 때, 반드시 신재생에너지 설비(예: 태양광 패널 등)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취지는 친환경 정책 확산이지만, 문제는 주차장마다 입지·구조·운영방식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입니다. 무조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면, 설치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부담이 결국 주차장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져 시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 재활용촉진법 – 플라스틱 조화 금지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발의한 ‘재활용촉진법’은 국립묘지와 공설묘지에서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환경 보호라는 명분은 분명하지만, 플라스틱 조화 생산·유통에 종사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갑작스러운 수요 감소라는 직격탄이 될 수 있습니다. 영세 생산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졸속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3. 학교폭력예방법 – 학교마다 경찰관 배치 의무화
강경숙 의원이 발의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은 전국 모든 학교에 학교전담경찰관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2024년 2월 대전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피살 사건 이후, 학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나온 법안입니다. 하지만 이미 학교가 경찰의 긴급 출동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는 마련되어 있어, 추가적인 의무 배치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습니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른데, 일률적인 의무화는 오히려 비효율과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법안이 쏟아질까? – ‘의원 입법’의 허점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법안이 계속해서 발의되는 배경에는 ‘의원 입법’의 특성이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법안은 엄격한 규제영향분석과 사전 심사를 거치지만, 국회의원이 직접 발의하는 법안(의원 입법)은 별도의 규제영향분석을 거치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국회 논의에 올라갑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전체 발의 법안 2만5608건 중 97%에 달하는 2만4785건이 의원 입법이었습니다. 그만큼 ‘패스트트랙’처럼 빠르게, 때론 충분한 검토 없이 법안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와 영향 분석이 부족해 ‘포퓰리즘’이나 ‘과잉 규제’로 흐를 위험이 커집니다.
과도한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규제는 사회 질서와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 ‘양’과 ‘질’이 중요합니다.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규제는
- 기업과 시민의 부담만 늘리고,
-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막으며,
-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와 고물가 상황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민생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조화 금지처럼, 환경을 위해 다른 대안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규제만 강화하면, 오히려 소상공인·중소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규제 입법,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의원 발의 법안도 정부 입법처럼 ‘규제영향분석’과 ‘사회적 논의’를 거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해, 충분한 영향 평가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법안 발의 전 실제 현장의 목소리와 경제적 영향, 대안의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이슈’에만 반응해 졸속으로 법안을 내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국민 모두가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 법안은 ‘속도’보다 ‘숙성’이 중요하다
입법은 국민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입니다. 새로운 규제 법안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지금, 우리는 ‘법안이 얼마나 빨리, 많이 만들어지느냐’보다 ‘얼마나 꼼꼼히, 신중하게 만들어지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실효성 없는 과잉 규제 대신, 현장과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입법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국회의 규제 입법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입니다.